참외와 오이 등 연작 재배되는 시설 과채류에 뿌리혹선충·뿌리썩이선충 등 선충 피해가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설토양환경연구회가 10일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박과채소 안정생산을 위한 환경관리방안’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소개된 내용 중 농가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친환경적 선충 방제기술을 소개한다.

◆유채종실 잘게 부숴 활용

잘게 부순 유채종실 200㎏(10a·300평)을 오이 정식 10일 전 토양 전체에 고루 뿌리거나, 정식 10일 후 이랑 위에 뿌려 비닐 멀칭하면 유채종실에 함유된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물질이 분해되면서 살선충 효과가 있는 물질을 생성한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지난해 유채종실을 활용해 재배한 오이에서 선충 발생률은 80％ 줄고 수량은 10％ 늘었다며 유채종실 보급확대를 시책건의했다. 다만 최근 유채값이 상승하면서 구입비(현재 1㎏ 1,500원 선)가 다소 비싼 게 흠이다.

◆금잔화·크로타라리아 ‘OK’

유채종실이 비싸다면 금잔화를 직접 심어 사용하는 것도 좋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금잔화 종자를 3월 중순에 파종해 묘를 키운 다음 4월 말 밭 주변 유휴지에 재배한다. 7월 말에 뿌리·줄기·꽃을 함께 수확해 건조시킨 후 볏짚 절단기로 파쇄해 보관해 둔다. 오이 정식 30일 전에 보관해 둔 금잔화 가루를 토양과 5대 1의 비율로 섞어 20일간 발효시킨 후 10a당 60㎏을 토양에 처리하면 뿌리혹선충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시중에 ‘네마장황’으로 알려진 크로타라리아 종자를 수박 정식 2개월 전인 3월 중순께 10a당 4㎏을 파종하고 재배한 뒤, 수박 정식 2주 전에 경운 로터리해 주면 수박의 뿌리혹발생이 90％ 이상 억제된다.

◆태양열·밀기울 토양소독

여름철 고온으로 작물재배가 곤란할 때 태양열을 이용해 토양을 소독하면 선충 방제효과가 크다. 7~8월께 토양 10a당 볏짚 1t을 10~15㎝ 길이로 작게 잘라 뿌린 다음, 석회질소를 100~150㎏ 뿌린 후 경운한 뒤 물을 충분히 준다. 그런 후에 비닐을 덮고 하우스를 밀폐해 한달 정도 놔둔다. 유기물과 석회질소가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가스에 의해 선충이 죽는다.

10a당 밀기울 2,000㎏을 토양과 잘 섞어 30㎝ 깊이까지 적실 수 있도록 충분히 관수한 다음 비닐로 잘 덮는다. 그런 후에 이랑 옆쪽에 미리 파 둔 고랑에다 롤 비닐을 깔고 물을 채워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밀봉하고 20일 정도 둔다. 밀기울이 발효하면서 산소를 고갈시켜 선충을 억제한다.

◆유기물 시비로 토양개량

깻묵이나 조갯가루를 토양에 뿌리면 분해 과정에서 유기산이 생성되고 생성된 유기산이 선충을 죽이는 기능을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완숙퇴비(10a당 3.8t)나 돈분(0.5~1t)·우분(2.5t)도 선충의 밀도를 경감시키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벌레나 갑각류의 알에 들어 있는 ‘키틴’이란 성분도 2기작부터는 선충 방제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타 관리

뿌리혹선충은 땅의 온도가 15℃ 이상일 때 부화하므로 가급적 일찍 파종하는 게 좋다. 오염된 포장에서 사용한 농기구는 깨끗하게 씻은 후 사용하고, 오염된 모종은 불에 태운다. 선충은 물에 잠긴 상태에서는 장기간 생존이 불가능하므로 여름철 1개월 동안 포장에 물만 채워 두더라도 방제효과를 볼 수 있다. 

◇도움말=김희권 전남도농업기술원 미래농업연구소 연구사

김소영 기자